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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예니 “과분한 선물 ‘그녀가 죽었다’...매 작품 낯설었으면”[인터뷰]
Date : 24-06-25   Hit : 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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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예답지 않은 연기력, 신예다운 다이내믹 에너지가 힙하다. ‘그녀가 죽었다’에서 할 말은 꼭 해야 하고, 찰진 욕설도 서슴지 않는 파워 당당 ‘BJ 호루기’로 날아다닌, 배우 박예니(30)다.

영화 ‘그녀가 죽었다’(감독 김세휘)는 훔쳐보기가 취미인 공인중개사 ‘구정태’(변요한 분)가 관찰하던 SNS 인플루언서 ‘한소라’(신혜선 분)의 죽음을 목격하고 살인자의 누명을 벗기 위해 ‘한소라’의 주변을 뒤지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은 추격 스릴러다.

지난 15일 개봉해 관객의 입소문을 타고 꾸준히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기록, 100만 고지를 향해 가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사건 전개는 빠르고 연기 구멍도 없다. 주·조연 가릴 것 없이 모든 캐릭터가 살아 숨쉰다. 탄탄한 구성을 바탕으로 추격 스릴러의 묘미도 제대로 살렸다. 그 안에 명확한 메시지를 세련되게 세분화해 녹여낸 스마트함도 돋보인다. 임팩트와 여운을 한 방에 몰아 넣은 엔딩의 기세도 좋다. 신예 메가폰다운 다이내믹한 에너지가 매혹적이다.

특히 박예니는 어딘지 모르게 수상한, 저격전문방송 채널을 운영하는 비호감 유튜버 ‘호루기’로 분해 날것의 연기를 펼친다. 솔직당당함의 결정체로 등장할 때마다 에너지가 넘치고 욕설부터 파격 행동까지 예측 불가다.

28일 인터뷰에서 “강렬했다”고 인사를 건네니, “앗, 감사합니다”라며 수줍게 웃는다. 스크린 속 얄미운 무적 카리스마(?)와는 딴판인 단아하고도 러블리한 모습이다. 주변 반응을 물으니, “재밌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주셔서 다행”이라며 “워낙 잘하는 분들과 함께 하다 보니 운 좋게 묻어갔다. 좋은 사람들, 행복한 현장이었고, 개인적으론 얻은 것밖에 없는, 과분한 선물 같은 작품”이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호루기’는 주인공 ‘한소라’를 비방하는 저격 방송을 하며 인기를 끄는 라이벌 BJ다. 동시에 ‘구정태’가 ‘한소라’의 죽음을 추적하는 데 있어 중요한 힌트를 제공하는 캐릭터로, 한소라가 실종됐을 당시 가장 먼저 신고한 최초 신고자라는 미심쩍은 행동으로 추적 스릴러의 쾌감을 끌어올린다.

오디션을 통해 이 역할을 맡게 된 박예니는 “1차는 비대면 영상으로, 2차는 실무 면접을 진행했다. 실제 BJ가 된 것처럼 임했다. 근거 없이 막 저격하기 보단 소라의 거짓말, 가증스러운 가식을 먼저 알아보고 공격하기 시작해 서로 공생하는 관계가 된다”며 “이미 시나리오에 모든 설정이 촘촘하게 잘 나와있어 자연스레 몰입이 됐다. 비호감이지만 사이다 쾌감이 있는 인물로 해석해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메가폰을 잡은 김세휘 감독은 박예니에 대해 “굉장히 똑똑한 친구”라며 “캐릭터를 완벽하게 해석해 표현해줬다”고 평했고, 관객들도 그녀의 몰입감 있는 연기에 호평을 쏟아냈다.

“촬영 전에 감독님으로부터 부탁 받았던 건 아프리카TV나 유튜브 채널의 BJ들의 모습들을 최대한 보지 말라는 거였어요. 저도 모르게 흉내낼 수 있으니까. 처음엔 어렵게 느껴졌지만, 의상부터 메이크업·공간 등 모든 ‘호루기’로 몰입되는 환경이었어요. 제가 억지로 뭔가를 짜낼 필요가 없었죠. 현장 분위기까지 좋으니 과감해질 수 있었고요. 어느 순간 너무 몰입했는지 욕설도 더 센 수위로 애드리브가 나오더라고요.(웃음) 감독님이 너무 좋다고 칭찬해주셨어요. 그 이후론 두려움 없이 도전해나간 것 같아요.”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론 첫 등장신을 꼽았다. 박예니는 “독특하게도 호루기의 첫 등장이 뒷모습이다. 내가 유명한 배우라서 앞으로 카메라를 돌렸을 때 ‘짠!’하는 놀라움을 안기는 것도 아닌데 처음부터 명확하게 콘티가 짜여져있었다. 화려한 퍼를 입고 등장하는데 호피나 검은색 등 그저 센 느낌이 아닌 또 은근 러블리한 연보라다. 감독님의 반전 매력이, 명확하고도 치밀하고 군더더기 없이 확실한 색깔이 캐릭터는 물론 작품 곳곳에 묻어 있어 좋았고,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아무리 다시 떠올려봐도 좋은 기억밖에, 감사한 순간밖에 없는 현장이었어요. 제 또래 여성 감독님을 만날 줄은 상상도 못했는데 그 첫 만남부터 신선한 충격(?)이었고, 배우로서도 한 인간으로서도 참 배울 점이 많았던 혜선 언니와의 시간도 좋았고요. 몸싸움 신이 있어 무한 배려를 해준 변요한 선배께도 감사했고...내내 ‘아, 내가 정말 럭키하구나’란 생각만 했던 것 같아요.”

평소 스릴러 마니아란 그는 여러모로 ‘그녀가 죽었다’로 많은 걸 이뤘다. 좋은 사람, 좋아하는 장르, 새로운 캐릭터, 한층 탄탄해진 필모, 행복한 추억까지. 그래서 이 작품을 ‘과분한 선물’이라고 여러차례 말했다.

“글로 봤을 때도 재밌었지만 완성된 영화로 봤을 땐 훨씬 실감나고 다채롭게 느껴져 좋았어요. 떨리는 마음을 금세 잊을 정도로 재밌게 봤고요. 다양한 캐릭터를 보는 맛도 있어서 굉장히 몰입해 봤어요. 이런 작품에 함께 할 수 있어서, 무사히 완주하고, 튀지 않게 녹아들 수 있어서 감사할 따름이에요. 정말 영광이었습니다.”

끝으로 그는 “앞으로도 어떤 작품, 캐릭터든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할 것”이라며 “대단한 목표나 꿈은 없지만 작품마다 ‘누구지?’란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다채로운 얼굴을 지닌 배우가 되고 싶다. 내 인생의 가장 큰 두 축인 연기 그리고 가족을 잘 지켜나가고 싶다. 그것이 나의 행복이자 원동력, 꿈”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박예니는 뉴욕대학교 티쉬예술학교 연기과 학사와 하버드대학교 A.R.T. 연기과 석사 학위를 받는 인재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미씽: 그들이 있었다’ ‘타임즈’ ‘너는 나의 봄’ ‘설강화 : 스노드롭’ ‘모범형사 2’ ‘사냥개들’ ‘셀러브리티’ ‘내겐 너무 소중한 너’ ‘멍뭉이’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며 탄탄하게 필모를 쌓으며 자신만의 연기 색깔을 만들어가고 있다. 차기작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